"미, 자동차 수출도 쿼터제 적용할라"…업계 '고율 관세' 우려도
기사 작성일 : 2025-02-05 11:00:01

수출선적부두 가득 채운 완성차들


[ 자료사진]

이슬기 홍규빈 한지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동맹·우방국을 가리지 않는 대대적인 관세 전쟁을 예고하면서 한국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한 반도체, 철강 등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만큼 실제로 현실화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미국 - 중국 관세전쟁


김토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보름 만에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한 것과 달리 중국에는 예정대로 4일 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동차협회, 철강협회는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 방향'을 보고했다.

국내 산업계는 미 신정부의 통상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정부와 함께 면밀히 분석하면서 향후 미 정부, 의회 및 업계를 대상으로 한 아웃리치 활동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한미 양국이 첨단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긴밀히 얽혀있고,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도 상당한 만큼 양국 산업이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픽] 미국 내 한국기업 자동차·배터리 공장


김민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에도 큰 후폭풍이 예고됐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대미 최대 흑자' 자동차 쿼터제 적용 우려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출 쿼터제'와 '고율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출 쿼터를 적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주요 적자 품목으로 지목된 자동차 부문에도 232조 조사 후 고율 관세와 수출 쿼터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미국 신정부가 자동차 수출에 10∼20%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에도 대미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보편관세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IRA 정책의 폐기·축소로 전기차 보조금마저 폐지된다면 미국 현지에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인 완성차·배터리 기업의 기대 수익도 감소할 전망이다.

일단 한 달간 전격 유예되긴 했지만 멕시코산 관세(25%)가 최종적으로 부과될 때도 미국 내 완성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바마·조지아에 매타플랜트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포함해 약 200억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직간접 고용을 합하면 57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은 현재 약 44%인데, 신공장(30∼50만대) 가동 시에는 현지 생산 비중이 60∼75%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밖에 아세안 등 타지역으로 투자·수출 다변화, 멕시코산 관세 부과 시 생산지 변경과 판로 확대 등의 대응이 예상된다.

◇ 저사양·범용 반도체까지 수출 통제…IRA 보조금 폐지 시 배터리 타격

미국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이 수정될 경우 불이익을 볼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대미 투자 및 현지화 전략을 수정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450억원을 들여 제조공장 신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에서 38억7천만원 규모의 첨단패키징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반적인 관세 인상과 수출 통제도 우려 요인이다.

대중 고율 관세 및 보편 관세는 정보기술(IT)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글로벌 수요를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딥시크 인공지능(AI) 출시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저사양 AI 칩 등 레거시(범용) 칩과 장비에 대해 수출 통제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LG엔솔, 북미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대폭 확충


국내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그간 투자를 조율해오던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공식 확정하는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만의 미국 내 배터리 단독공장도 추가로 짓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설립' 기념 촬영하는 관계자들. 2022.3.24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에 대해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 등 전기차 시장을 위협하는 정책은 시장을 위축시켜 업황 전반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본격화한다면 해당 국가에 생산기지가 많은 배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기업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에 대해 미국 외 유럽 등 국가로 수출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신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할 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해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다만 대중 견제로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해 흑연 등 대중국 공급망 탈피가 어려운 품목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관세 충격에 2.5% 하락 마감한 코스피 지수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현황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에, 코스닥은 24.49포인트(3.36%) 내린 703.80에 장을 마감했다. 2025.2.3

◇ 철강 업계 "264만t 무관세 쿼터서 추가 축소 가능성 우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과 국내 수요 축소로 침체에 빠진 철강 업계는 미국 신행정부의 철강 수입 장벽 강화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는 무기, 자동차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철강 제품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산 철강 제품에 쿼터제를 도입해 263만t까지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강 제품에 대한 232조 재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1기 행정부에서 발효한 철강 232조 및 예외 조치 등이 효과성을 검토한다는 취지다.

철강 업계는 "한국에 부여한 연간 263만t 무관세 쿼터가 축소된다면 현지에 있는 현대기아차, 삼성, LG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업계는 미국 정부와 상·하원,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한국산 철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아웃리치를 상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국에 'SOS'를 친 조선 산업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화된 미 현지 조선소를 현대화하고, 미국의 함정 MRO(보수·수리·정비) 수주 확대와 신조(새로 건조)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

현재 일부 군수지원함 MRO가 진행 중이지만 향후 수익성 높은 전투함의 MRO와 신조 참여 확대도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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