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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해, 마지막 행운을 빌어보는 시민들
이진욱 기자 =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로또판매점에 로또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4.12.27
심재훈 기자 = 일확천금의 기회로 여겨지는 로또복권을 복권판매점에서 처음 또는 가끔 구입하는 사람들이 자주 겪게 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신용카드를 꺼냈다가 거부당하는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 변모하는 우리나라에서 카드 결제가 일상화돼있지만, 로또복권만큼은 카드 결제가 안 되고 현금만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로또복권이 화제가 되면 "왜 카드 결제가 안 되냐?", "판매점에서 너무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또복권의 카드 결제는 현행법으로 금지돼있기 때문에 판매점에서는 현금으로만 살 수 있다. 이는 사행성 조장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다.
아울러 로또복권 구매에는 금액 제한이 있으며 당첨금 지급 방식도 등수에 따라 다르다.
◇ 초기 당첨액 이월로 수백억 로또 당첨자 나오기도
로또복권에 대해 알기 위해선 우선 복권의 역사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00년경 중국 진나라에서 만리장성 건립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복권을 발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양에서는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년~기원후 14년) 황제가 도시 복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각종 연회에서 복권을 판매했다고 알려졌다.
오늘날과 같은 로또복권의 기원은 1519년 이탈리아 제노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방의회 선거에서 후보자 90명 중 5명을 뽑기 위해 숫자 90개 가운데 5개를 추첨하는 게임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로또(Lotto)는 이탈리아어로 '운명' '행운'이란 뜻이다.
그 후 1900년대 초반 캐나다와 호주, 유럽 등에서 복권이 합법적으로 발행됐고, 1970년대에 즉석 복권 및 긁어내는 형태의 복권이 미국에서 등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런던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947년 12월에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이다. 그러나 정기적인 복권이 발행된 것은 1969년 한국주택은행의 '주택복권'이 효시다.
우리나라에서 로또복권은 2002년 12월 2일 처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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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데이 행사서 로또 복권 추첨 검수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대국민 로또 6/45 추첨 생방송 '2024 로터리데이' 참가자가 로또 복권 추첨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 2024.11.23 [동행복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기존의 주택복권, 체육복권, 기술복권 등과는 다른 형태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기존 복권을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로또복권은 1에서 45까지의 숫자 가운데 6개의 다른 수를 골라 모두 맞으면 1등에 당첨되는데, 6개 숫자를 구입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발행 초기에는 당첨액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이월 규정이 존재했던 데다가 연달아서 당첨액이 이월되면서 수백억 원의 당첨금으로 전국이 들썩이기도 했다.
로또복권 발매 이래 최고 당첨액은 2003년 4월12일 제19회차의 407억원으로, 주인공인 경찰관 A씨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와 외제 승용차 등을 구입하며 갑부가 됐다.
로또복권 광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1등 당첨자를 배출한 판매점 앞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인파까지 합세해 길게 줄을 서는 등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로또복권이 사회 문제가 되자 2004년 8월에 규정을 바꿔 게임당 2천원에서 1천원으로 가격을 내리고 이월 횟수도 2회로 줄이면서 평균 당첨 금액도 10억원 중반대로 줄게 됐다. 2007년에는 로또복권이 사행산업으로 분류돼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과 2012년에 매출액 총량 제한과 매출액 제한이 사실상 사라졌다.
판매액 제한이 사라지면서 로또복권 판매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로또복권 연간 판매액은 2019년 4조7천932억원, 2020년 5조4천152억원, 2021년 5조9천753억원, 2022년 6조4천291억원, 2023년 6조7천597억원을 기록했다.
◇ 로또는 현금 구입만 가능…1회당 10만원 구매 한도
로또복권 판매와 관련해서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5조를 보면 판매 제한 등의 규정이 나와 있다.
제5조 4항에는 "복권을 판매하는 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신용카드 결제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현금으로 직접 구매하기 곤란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복권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
'현금으로 직접 구매하기 곤란한 대통령으로 정하는 복권'에는 추첨식 전자복권, 즉석식 전자복권, 추첨식 인쇄·전자 결합복권 등이 포함되는데 로또복권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관련법을 어긴 로또복권 판매점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로또복권의 현금 구매를 규정한 것은 신용카드로 살 경우 빚으로 복권을 구입하는 셈이므로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로또복권을 현금으로만 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얼마나 샀는지 이력을 추적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로또복권 운영사인 동행복권도 홈페이지를 통해 로또복권 구매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판매점에서 로또를 구입할 때는 현금을 지불한다고 돼 있으며,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는 동행복권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예치금을 충전해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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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구입 가구 5년 내 최대
서대연 기자 = 올해 1분기 복권 구입한 가구의 비율이 10.1%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30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복권점에서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2024.5.30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일리노이주, 미시간주 등 21개 주에서 신용카드로 복권 구매가 가능하다. 'theLotter' 등 국제 온라인 복권 사이트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사행성 조장 방지 차원에서 여전히 복권 구매 시 신용카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로또복권을 구매할 때도 액수 제한이 있다.
로또복권이 2002년 처음 발매됐을 때는 한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한 명확한 제한 규정이 없어 일부 사람의 경우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도박 중독 문제와 복권 구입의 공정성 및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복권 구매 한도를 제한하는 정책이 단계적으로 도입됐으며, 2004년 10월 1회당 구매 한도를 1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물론 복권 판매점 1곳당 제한 액수이므로 다른 판매점들을 돌아다니면서 살 경우는 사실상 많이 구입할 순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경우는 1인당 주 1회, 최대 5천원 한도 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온라인 구매의 경우 판매액 제한이 강한 이유는 과도한 구매를 방지하고 건전한 복권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2조 1항에 따른 사행산업은 카지노업,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행산업에는 구매 상한액을 두고 있는데 복권과 경마, 소싸움은 1인 1회 10만원 이하, 경륜·경정은 1인 1경주 10만원 이하, 체육진흥투표권은 발행 회차별 1인당 10만원 이하다.
로또복권은 당첨금 지급 방식도 등수별로 다르다.
4등과 5등 당첨자는 당첨된 로또복권만 챙겨가면 판매점과 농협은행 각 지점에서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 2등과 3등 당첨자는 농협은행 각 지점에 당첨 복권과 신분증을 지참하고 찾아가야 한다. 1등 당첨금은 오직 농협은행 본점에서만 받을 수 있다.
◇ 1등 당첨금은 '주택·부동산' 구입이 우선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은 그 돈을 주로 어디에 쓰는 걸까.
동행복권의 2023년 로또복권 1등 당첨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의 35%는 당첨금으로 주택·부동산 등을 구입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대출금 상환'(32%), '부모님·주변 가족 돕기'(12%) 순이었다.
당첨 사실을 누구에게 알리는지에는 '배우자에게 알린다'(47%),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29%), '자식에게 알린다'(16%) 순으로 많았다.
1등 당첨 복권을 구매한 이유는 전체의 25%가 '재미 삼아서, 즐거운 상상을 위해서'라고 답했고 '거액의 당첨금을 기대했다'(20%), '좋은 꿈을 꿔서'(16%)가 뒤를 이었다.
어떤 꿈을 꿨는지에는 조상과 관련된 꿈이 29%로 가장 많았다. '동물과 관련된 꿈'과 '재물에 관한 꿈'은 각각 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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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집 중 1집꼴로 복권 구입
서대연 기자 =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복권점에서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2024.5.30
연령대별로는 1등 당첨자의 33%가 40대였고 50대(27%), 60대 이상(21%), 30대(14%), 20대(4%)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75%로 여성(25%)의 3배에 달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2017년도 복권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보면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중 최근 1년 이내 복권을 산 경험자는 57.9%로, 총 2천400만명이 복권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됐다.
월평균 가구소득별로 보면 400만 원 이상이 59.5%로 가장 많았고 300만∼399만 원(23.0%), 200만∼299만 원(11.7%)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사무직·33.7%), 블루칼라(생산직·22.6%), 자영업(20.5%), 가정주부(16.3%)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23.3%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20대가 14.1%로 가장 낮았다.
로또복권 구매자가 생각하는 적정 1등 당첨금은 21억1천만원으로 실제 1등 당첨금 평균(18억9천만 원)과 큰 차이는 없었다. 구매자의 56.5%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1회 구매 금액은 5천 원 이하(54.6%)가 가장 많았고 1만 원 이하 구매가 전체의 92.9%를 차지했다.
한편, '인생 역전'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부족함이 없는 액수임에도 일부 당첨자가 안정적인 여생을 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순간에 쥔 거액의 돈을 사업이나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잃거나 유흥이나 도박으로 탕진해 범죄자로 전락하는 일부 당첨자의 안타까운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2012년 광주에서는 30대 가장이 로또 1등 당첨금 18억원을 사기 피해 등으로 날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003년 회차 이월로 무려 242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40대는 무계획적인 주식 투자로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10년 만에 사기 피의자로 전락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동행복권 등에서는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로 구매량을 늘려도 당첨 확률은 미미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단순한 희망과 재미를 위해 소액으로 즐겨야지 과도한 구매는 개인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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