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에 오른 안재형 전 감독
[ 자료 사진]
이동칠 기자 = "축하를 많이 받았는데, 짐을 짊어진 것 같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한국 탁구의 레전드 중 한 명으로 '골프 대디'로도 유명한 안재형(60) 전 대한항공 감독은 제23대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후 인터뷰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다.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에 선출된 안재형 당선인(왼쪽)
[한국실업탁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재형 신임 회장은 5일 실업탁구 수장으로 당선돼 앞으로 4년간 연맹을 이끈다.
안 신임 회장은 한국 탁구를 빛낸 왕년의 스타 출신이다.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단체전 우승에 앞장섰고,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양영자와 혼합복식 동메달,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과 각각 혼합복식 동메달과 남자복식 동메달을 합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유남규 감독과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서울 올림픽 다음 해인 1989년에는 중국의 여자탁구 스타 자오즈민과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핑퐁사랑' 끝에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여자실업팀 대한항공 감독을 역임했고 남녀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거쳤다.
여자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의 안재형 회장(맨 왼쪽)
[ 자료 사진]
대한항공 감독을 그만둔 후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아들 안병훈의 골프백을 메고 따라다니는 캐디이자 최고의 조언자인 '골프 대디'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들 안병훈(중앙), 아내 자오즈민과 함께한 안재형 회장(왼쪽)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그가 실업탁구연맹 회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뭘까?
프로리그 활성화를 통한 한국 탁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열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1월 탁구인들의 염원이었던 한국프로탁구리그(KTTL)의 프로리그 위원장을 맡아 2022시즌과 2023시즌을 이끌었다.
당시 코리아리그 남자부는 KGC인삼공사, 보람할렐루야, 미래에셋증권, 국군체육부대, 한국마사회, 한국수자원공사, 삼성생명 7개 팀, 여자부는 삼성생명, 포스코에너지, 한국마사회, 대한항공, 미래에셋증권 5개 팀이 열전을 벌였다.
또 시·군·구청팀들이 경쟁한 내셔널리그에는 남자부 7개 팀, 여자부 8개 팀이 참가했다.
그러나 프로 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중단된 후 재개되지 못했고, 안재형 회장은 프로 활성화를 통해 한국 탁구 중흥의 마중물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6일 에 "프로 리그를 두 시즌 했는데 중단돼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프로 리그를 부활시켜 한국 탁구가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실업연맹 회장을 맡은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 당선인은 이어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위한 엘리트 선수 지원과 유소년 육성 못지않게 프로 리그를 운영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서 "생활 탁구도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실업팀 사령탑으로는 대표 선수 시절 함께 활동했던 유남규 감독을 비롯해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총감독,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 등 후배들이 포진해 있다.
그는 "실업팀 감독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선배가 아닌 옛 동료로서 프로 리그 재개를 위해 잘 협력하고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유승민 당선인에 대해선 "체육 발전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앞서가는 친구이기 때문에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고, 탁구협회장을 맡은 이태성 회장에 대해선 "실업연맹 회장으로서 협조하고 잘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한 안재형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맨 오른쪽)
[안재형 실업탁구연맹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들 안병훈의 뒷바라지에 대해선 "실업연맹 회장으로 상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대회가 있을 때는 잠깐 미국에도 다녀오고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