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랑 외교' 대표 인사 루사예, 유럽사무 특별대표로 임명
기사 작성일 : 2025-02-07 14:00:58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로 임명된 루사예 전 주프랑스 대사


[신화= 자료사진]

(서울= 권수현 기자 =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루사예(盧沙野) 전 주프랑스 대사가 유럽사무 특별대표에 임명됐다.

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훙보 유럽사무 특별대표의 후임으로 루 전 대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루 신임 특별대표는 유럽 관련 사무의 조정과 처리를 돕고 필요에 따라 유럽 각국 및 유럽연합(EU) 기관과의 협의·교류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궈 대변인은 "(루 신임 특별대표가) 유럽 상황을 잘 아는 경험 많은 외교관으로 유럽과의 소통과 조정을 지원하고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 중국-유럽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4년생인 루사예는 2019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 넘게 주프랑스 대사로 일하면서 여러 차례 공격적인 언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22년 3월 프랑스 TF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옛소련 지역 국가들은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었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라고 발언해 관련 국가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국제적 논란을 불렀다.

2021년에는 대만 방문을 계획한 프랑스 의원들에 경고를 보낸 데 이어 이를 비판한 프랑스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을 향해 '삼류 폭력배', '미친 하이에나', '이념적 트롤' 등 원색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주캐나다 대사로 있었던 2019년 1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중국에서 국가안보 관련 혐의로 체포된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을 촉구하자 "백인 우월주의"라고 비난했다. 당시는 캐나다 당국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 직후였다.

이밖에 2022년에는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점령한 뒤 대만 국민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루사예는 잇단 논란에도 공개적으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후 그의 옛소련 국가 관련 발언이 '개인적 견해'이며 중국은 "모든 옛소련 국가의 주권적 지위를 존중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 관리 차원에서 전통적이고 보수적 스타일인 전임자 우훙보 대신 공격적인 수사로 유명한 루사예를 유럽사무 특별대표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가 변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의향이 있음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영국 더타임스의 베이징 특파원 출신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기 '붉은 황제'를 쓴 마이클 셰리던은 "이는 신호 인사다"라며 "EU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에 대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려 한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시진핑은 완전히 신뢰하는 강경한 책임자를 파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유럽과 미국 관계가 압박받으면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대중 강경파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논란이 있는 인물인 루사예가 임명됐다고 짚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앞서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5 EU 대사 콘퍼런스' 연설에서 "중국과 경제 관계에 있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전략을 이어갈 것이지만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라며 "무역과 투자 관계를 훨씬 더 확장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해 중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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