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인척 직원 위협하는 강도
[해당 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 차근호 김재홍 기자 = 대낮 부산에서 장난감 물총으로 은행털이를 하려고 한 얼빠진 강도가 용감한 시민에게 제압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강도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8분께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 있는 한 은행에 침입해 돈을 탈취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마스크와 털모자를 눌러쓰고 얼굴을 가린 채로 은행에 들어왔다.
은행 지점은 2층에 있는데, A씨가 복도에 있던 손님들을 지점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며 "무릎을 꿇으라"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쌓인 총 모양의 물건이 있었다.
지점 곳곳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고, 내부는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강도 모습
[해당 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씨는 지점 입구를 막고 서 있다가 곧바로 지점장실로 침입을 시도했다.
당시 고객과 함께 있던 지점장은 방문이 열리지 않도록 잡고 버티며 경찰에 신고하고, 보안업체 출동 버튼을 눌렀다.
A씨는 지점장실 진입에 실패하자 다시 창구 쪽으로 나와 미리 가지고 온 여행 가방 속에 오만 원권을 담으라고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당시 몇몇 고객은 달아났고, 3∼4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강도 행각은 고객 중 한명이었던 박천규(53)씨의 용감한 행동으로 2분 만에 끝이 났다.
박씨는 강도가 다가오자 두손으로 총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움켜쥐었고, 강도와 함께 넘어지면서 총을 빼앗았다.
강도의 총 추정 물체 움켜진 용감한 시민
[해당 은행 제공] 넘어져 있는 사람이 용감한 시민
박씨가 달려들자 지점 청원경찰과 남자 직원 1명도 힘을 보탰고, 직원 2명이 더 합류하며 강도를 완전히 제압했다.
A씨가 손에 들고 있던 비닐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총이 들어있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너무나 두려운 순간이었고, 여직원들과 손님들은 벌벌 떨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생활고로 인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자영업을 하던 중 실패하고 취업도 잘되지 않아 힘든 상황을 겪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의 범행은 곳곳에서 허술함을 보였다.
강도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직원들이 나가자 "다시 들어와" 소리치는 등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괴한이 쓴 장난감 총
[부산 기장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돈은 털고 나서 이동할 차량 등도 마련해 놓지 않았고, 이날도 집에서 자녀의 공룡 장남감을 집어 든 뒤 10여분간 걸어서 은행으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빨리 돈을 챙기면 범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범행을 사전에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추가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한 박씨에게는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