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AI 주도주 바뀔까…딥시크 출현에 반도체·전력↓ 소프트웨어↑
기사 작성일 : 2025-01-31 16:00:16

딥시크발 우리 증시 영향은?


이진욱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530대에서 약세 출발했다. 오전 9시 2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75포인트(0.11%) 내린 2,534.05를 나타내고 있다. 2025.1.31

조민정 기자 =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의 충격에 31일 국내 증시에서 AI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엇갈렸다.

AI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기존의 '상식'이 흔들리면서 그간 AI 수혜를 입어 온 반도체 업체와 전력기기 업체들은 급락했고, AI 투자 주도주 교체 기대감에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는 전 거래일보다 2만1천800원(9.86%) 내린 19만9천2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종목이 20만원 아래에서 장을 마친 것은 지난 15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SK하이닉스는 10%가 넘는 급락세로 출발해 장중 낙폭을 12% 가까이로 확대하기도 했다.

테크윙(-8.18%), 윈팩(-8.05%), 하나마이크론[067310](-7.66%), 디아이(-7.50%), 한미반도체(-6.14%) 등 반도체 및 반도체소재·부품 업종 전반이 동반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저비용으로 거대 기술기업의 AI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한 딥시크의 등장이 AI 생태계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AI 생태계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견고했던 태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거의 종교와도 같았던 대규모 투자에 의존한 AI 개발 방법의 전환점이 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에 던졌다"고 딥시크 출현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휴 기간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은 여전히 적극적인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중장기 캐팩스(Capex·설비투자) 전략과 관련해서는 미묘한 변화가 포착됐다"며 "딥시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의 틀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뉴욕 증시에서도 이 같은 우려에 엔비디아가 17% 급락하는 등 AI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005930]는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HBM3E 8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승인 소식을 전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2.42% 밀렸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세부 실적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 부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지연이 겹치면서 반도체 사업에서 2조9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 확대에 따른 수혜 기대가 반영됐던 효성중공업[298040](-11.71%), 가온전선(-11.32%), 일진전기[103590](-10.21%), HD현대일렉트릭[267260](-7.87%), LS[006260](-6.90%), 대한전선[001440](-5.35%), LS ELECTRIC[000660](-5.33%), 두산에너빌리티[034020](-3.24%) 등 전력기기, 원자력발전 업종도 나란히 크게 내렸다.

그러나 딥시크의 출현이 모든 종목에 악재로 반영된 것은 아니다.

저비용 AI 모델의 상용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NAVER[035420](6.13%), 카카오[035720](7.27%)를 비롯해 이스트소프트[047560](11.24%), 더존비즈온(4.25%) 등 AI 소프트웨어 종목와 크래프톤[259960](6.12%), 펄어비스[263750](3.20%) 등 게임주는 올랐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명실상부한 주도주였던 반도체와 하드웨어는 의구심을 떨쳐내야 하는 위치로 내려갔다"며 "반도체와 하드웨어가 시장의 의심을 지우려 분투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도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