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시급" 한목소리 내지만…국회 안팎서 '동상이몽' 지속
기사 작성일 : 2025-02-11 18:00:37

국민연금


이진욱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2025.1.31

고미혜 김잔디 기자 =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국회 안팎의 공방도 불붙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시민사회 모두 연금개혁이 시급한 과제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회 내 논의 형식에 대한 여야 입장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을 통한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전문가들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상향을 통한 노후 소득보장 강화를 요구하는 전문가들도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특위 구성 합의해야" vs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모두 연금개혁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연금개혁 추진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며 "여야가 특위 구성에 합의한다면 모수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겠다. 그러나 반드시 구조개혁과 수익률 개혁 논의가 이어지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금 기금 수익률 개선 방안의 하나로 "투자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도 장·차관 공무원과 노사 대표가 아니라 전문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도 연금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더는 불가능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보험료율은 13%로 이견이 없고, 소득대체율은 국민의힘의 44%와 민주당의 45% 사이에 1%만 차이가 있다.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란 숫자를 바꾸는 '모수개혁'을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에 앞서 완료하자는 데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어디서 논의할지를 놓고는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박동주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5.1.23

민주당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수개혁 법안을 빠르게 처리한 뒤 구조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부터 하더라도 여야 동수의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모수개혁 중에서도 여당은 보험료율 인상만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이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묶는 야당과는 이견이 있다.

이런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에서 하루속히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해 주길 바란다"며 "누구도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은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올리고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돼 있는 소득대체율(올해 41.5%)은 더 낮추자는 의미인데, 이는 지난해 9월 나온 정부 안이나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논의한 수준과도 거리가 있다.

정부안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 올리면서 인구·경제상황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21대 국회 막판 여야도 소득대체율 43∼45% 사이에서 합의안을 조율한 바 있다.

◇ "보험료율 최소 5∼6%포인트 인상해야" vs "소득대체율 50%로 높여야"

국회 연금개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자 개혁 방향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공방도 다시 활발해졌다.

연금 연구자들의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이날 대한은퇴자협회와 함께 세미나를 열고 바람직한 연금개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국민연금


이진욱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2025.1.31

연구회 리더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는 10년 이내에 최소 5∼6%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며 노후 소득보장 기능은 소득대체율이 아닌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장 및 국민연금 인정소득 상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적 현실에 부합하는 자동안정장치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연금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성향의 학자들이 주를 이루는 연금연구회는 지난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국민연금이 노후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개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이날 "21대 국회 연금 특위 공론화위원회 결과(소득대체율 50%)를 존중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며 "모수개혁을 먼저 하고 그것이 기준이 돼서 구조개혁은 중장기 과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료율부터 먼저 처리하자는 건 노사 단체교섭에서 근무시간부터 늘리고 임금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소득대체율과 함께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이 13일 야당 의원들과 여는 국회 토론회에서도 발제자로 나서 '보험료율 13%로 단계적 인상, 소득대체율 2026년부터 50% 인상'을 포함한 개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최 대행의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 언급을 놓고는 양대 노총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 성명을 내고 "최 대행의 발언은 작년 4월 국회 공론화 결과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노후 불안을 조장하는 연금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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