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악역, 트럼프 연상?…봉준호 "그렇게 쩨쩨하지 않다"
기사 작성일 : 2025-02-13 13:00:56

봉준호 감독 영국 런던에서 대담 행사


(런던= 김지연 특파원 = 봉준호 영화감독이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린 '봉준호 대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5.2.13

(런던= 김지연 특파원 = 봉준호 감독이 공개를 앞둔 신작 '미키 17' 속 악역 캐릭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을 맹비난한 적이 있다.

봉 감독은 12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영화관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린 '봉준호 대담'에서 할리우드 스타 마크 러팔로가 맡은 인물인 케네스 마셜에 대해 언급했다. 마셜은 주인공 미키와 대치하는 독재적인 지도자 캐릭터다.

사회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이 인물이 '살짝 오렌지 빛이 도는 얼굴'이라며 "무언가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에 '무슨 한국영화냐'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라고도 언급했다.

이에 봉 감독은 "지금 우리가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지만 머릿속엔 공유된 것 같다"며 "2022년에 촬영을 런던 근처에서 했지만 2024년에 일어난 어떤 사건과 비슷한 장면(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혀 의도가 없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본 마크 러팔로도 신기해하며 '우리가 뭔가 예언적인 일을 한 거냐'고 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비판에 대한 반감은 아닌지 물음에는 "내가 그렇게 쩨쩨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통역되자마자 관객석에서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등을 타자 '한국과 무역도 문제인데 왜 아카데미상을 한국 영화에 주느냐'며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미키 17'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을 배경으로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는 임무 수행 중 죽을 때마다 폐기처분 됐다가 복제 인간으로 되살아나는 이야기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들고 13일 개막하는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한다.

'미키 17'에 대해 봉 감독은 외부에서 들어온 각색 제의를 받아들여 작품을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하면서 "(설정이) 기괴하면서 슬프고 비인간적이어서 매혹적이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 '미키 7'을 '미키 17'로 각색한 데 대해서는 "(미키는 죽는 것이) 직업이니까 열심히 일하는 루틴 같은 느낌이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어벤져스'의 헐크로 잘 알려진 배우 마크 러팔로에 대해서는 "그가 악역, 빌런을 한 게 처음"이라며 "처음 대본을 줬을 때 그에게 '왜 나한테 그러나, 나한테 이런 면이 있는 거냐'며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영국 런던에서 대담 행사


(런던= 김지연 특파원 = 봉준호 영화감독이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린 '봉준호 대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5.2.13

이날 대담은 영국영화협회(BFI)가 오는 4월 봉 감독의 전작을 상영하는 '봉준호 시즌' 행사에 앞서 열렸다. BFI와 주영한국문화원이 협력해 감독의 작품세계에 관한 포럼도 열릴 예정이다.

BFI는 총 450석 극장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 입장권을 일반 관객에 앞서 BFI 회원을 대상으로 먼저 판매했는데 매진돼 일반 관객 대상 판매는 시작하지도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담은 '플란다스의 개'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 '미키 17'에 이르기까지 봉 감독의 장편 영화 8편을 모두 다루며 제작 뒷이야기부터 감독의 작품세계를 두루 짚었다.

그의 영화에는 긴장감 높은 드라마, 인간과 사회에 대한 풍자, 통렬한 유머가 버무려져 있다.

봉 감독은 "(평론가나 관객은) 이렇게 분석하면서 얘기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거나 찍을 때 그렇게 나눠서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별히 균형을 잡으려 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쓰고 찍고 보면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에 대해 봉 감독은 이제는 자본주의가 모두의 일상이고 이념적으로 진공 상태인 사회가 됐다고 지적하면서 "어떤 인물이나 이야기를 다뤄도 한 레이어(층)만 파고 내려가면 자본주의나 시스템 문제가 있다. 그걸 깊게 파고 들어갈지, 살짝만 건드릴지의 차이"라고 말했다.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을 전후로 봉 감독의 발언과 찰떡 같이 맞아 떨어지는 통역 실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던 최성재(샤론 최) 씨가 이날도 통역을 맡았다. 최 씨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봉 감독 못지 않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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