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간신히 잡은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기사 작성일 : 2025-02-14 14:00:15

김지훈 선임기자 = 한국은행 본점 건물 로비엔 '물가안정'이라고 쓴 대형 현판이 걸려있다.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우선 목표도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다.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대부분 물가안정을 중요한 임무로 삼는 이유는 물가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여러 정책 수단 중 물가 상승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막강한 무기인 기준금리 조정 권한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에 걸린 물가안정 현판


한국은행이 27일 서울 중구에 6년 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로비에 걸린 물가안정 현판 모습. 2023.4.27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확산 이후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중앙은행들은 '물가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9.1%까지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연준은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2023년 7월 5.5%까지 지속적으로 올렸고 그 결과 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2.4%까지 떨어졌다. 한은도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려 6%를 넘어섰던 물가 상승률을 작년 10월 1.3%까지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3.0% 올랐고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2%까지 반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세에다 달러 강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간신히 진정시킨 물가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제롬 파월 美 연준 의장. [EPA=]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민들은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로 큰 고통과 희생을 치렀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으면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고 물가가 오를 때도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렸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을 때도 고금리로 대출자나 영끌족,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큰 고통과 희생을 감수해가며 간신히 물가 상승의 불길을 잡았는데 불이 다 꺼지기도 전에 불씨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아직 본격적인 상승세라 하긴 이른 수준이지만 앞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 관세부과가 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노믹스'의 충격 때문에 금리인하를 멈췄던 연준과 한은은 예상치 못한 물가 반등에 놀라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연준은 언제 금리인하를 재개할지 예상하기 어렵고 한은도 오는 25일에 한 차례 추가 인하를 하고 나면 당분간 동결하며 추이를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다. 또다시 물가 상승의 불길이 거세진다면 금리 인상이란 소화기를 들고 다시 불길을 잡으러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안 그래도 올해 국내 정치가 불안한데 또다시 고물가, 고금리의 고통까지 겪어야만 할지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종합)


김민지 기자 =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해 5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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