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부국' 인니, 종교단체에 광산개발 우선권…선거용 논란
기사 작성일 : 2025-02-19 12:01:01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종교단체와 협동조합 등이 광산 개발권에 우선 접근할 수 있도록 광산법을 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도 선거에서 많은 표를 모아줄 수 있는 종교단체에 과도한 이권을 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전날 국내 광물 가공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종교단체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기업, 중소기업, 협동조합 등에 광산 우선 접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광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국영 기업에만 우선 접근권이 부여됐다.

법안 통과 후 바흘릴 라하달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그동안 광산 개발의 특권은 수도 자카르타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이 받았지만, 이번 조치로 광산 지역에 있는 기업들과 종교단체 등이 특권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이것은 평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는 법 개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고, 두 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인 무함마디야도 광산 개발권을 관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개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전문성 없는 종교단체에 광산 개발 우선권을 넘기면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많은 신도를 거느린 종교단체에 이권을 주는 만큼 선거 등에서 득표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공익서비스개혁연구소(IESR)의 파비 투미와 사무총장은 "광산을 개발 관리하려면 자본과 기술, 위험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 종교단체에는 없는 능력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종교단체들의 입을 닫게 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많은 종교 단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광산 개발 정책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비판하지만 광산 개발에 종교 단체를 끌어들이면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환경 포럼의 젠지 수하디는 "종교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을 구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종교 단체가 광산 개발권을 얻게 되면 채굴이 초래하는 사회적 환경적 파괴력이 대중의 인식 속에서 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적인 천연자원 부국 중 하나다. 석탄과 니켈은 전 세계 1위 수출국이며 주석과 구리, 보크사이트, 금 등도 주요 생산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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