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유엔서 "우크라 평화노력 지지"…美일방주의엔 우회비판(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19 20:01:00

안보리 회의 이후 기자회견하는 왕이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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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베이징= 이신영 기자 정성조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종전협상을 시작한 18일(현지시간) 중국은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 제하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곧 3년을 넘어선다"며 "최근 대화·협상을 모색하는 추세가 이뤄지고 있고, 중국은 평화에 이로운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 주임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크라전 개전 초기인 2022년 3월 언급한 ▲ 각국의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 유엔 헌장 취지와 원칙 준수 ▲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노력 지지 등 '네 가지 원칙'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국,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와 함께 더 많은 객관·공정·이성의 목소리를 내고 전쟁 중지를 위해 공동 인식을 모아 평화를 위한 다리를 놓을 것"이라고 했다.

왕 주임은 중동 문제에 대해서는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모두 팔레스타인 인민의 고향이지 정치적 거래를 위한 '협상 칩'이 아니다"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이 팔레스타인을 통치하는 것은 가자 지구 전후 거버넌스가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각국은 상호 의존적이며 같은 미래를 공유하고, 어떤 국가도 혼자 갈 수 없다"며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또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도 안 된다"면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다자주의에 전념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주임은 지난 12일부터 영국·아일랜드 순방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일정을 소화했고 18일에는 의장국 자격으로 안보리 고위급회의를 주재했다. 20∼21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이나 서방 각국 동맹국들에까지 자국 이익을 위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 외교 사령탑이 서방과 접촉면을 넓힌 것을 두고 중국이 '다자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각국에 우호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가자 지구 주민들을 주변 아랍국으로 내보낸 뒤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등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일방주의 외교 노선을 선보이기도 했다.

왕 주임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선 "중국은 유엔의 핵심적 지위를 흔들림 없이 지지하고, 사무총장과 사무국 업무를 지지한다"며 "유엔과 계속 긴밀히 협력해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실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왕 주임의 유엔 본부 방문을 계기로 미중 외교장관의 첫 대면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모였으나 양국은 관련 소식을 발표하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G20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유엔에서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양국 장관 대면은 다음 기회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 주임이 같은 날 미중관계전국위원회와 미중무역위원회, 미국상공회의소 대표 등을 만났다며 그가 "세계 2대 경제체인 중국과 미국은 응당 상호 존중·평화 공존·협력 호혜 원칙을 기초로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중미 간에는 넓은 공동이익이 있고,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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