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6주년' 표현은 일제강점기 독립전쟁 외면하는 꼴"
기사 작성일 : 2024-09-30 12:00:30

육사 충무관 앞 독립지사 흉상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2023.8.28 [ 자료사진]

김호준 기자 = 정부가 사용하는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이라는 표현은 의병·독립군·광복군에 뿌리를 둔 국군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일제강점기 독립전쟁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광복회가 30일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국군의 정통성,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발표회에서 나왔다.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은 토론문에서 건군 76주년 표현에 대해 "1948년 정부 수립 시점을 국군의 기원으로 삼는 데서 비롯한다"며 "국군의 날을 맞아 건군 76주년이라고 표현하면 일제강점기에 선각자들이 벌인 독립전쟁 역사를 외면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건군 00주년'으로 표현하지 않고 '제00회 국군의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며 "독립군과 광복군 활동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그런 방법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46년 국방경비대 기원설이나 건군 76주년 표현 방식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조직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도 1946년 1월 미군정에 의해 경찰예비대로 창설된 국방경비대가 이후 조선경비대로 명칭이 바뀌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군으로 편입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런 관계로 국방경비대를 국군의 뿌리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며 "그러나 이런 인식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관장은 "국방경비대가 창설되기 전에 우리 민족은 의병·독립군·광복군 등 국군과 같은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던 군사 조직과 활동이 있었다"며 "국군의 뿌리를 찾는 데는 이들과의 역사적 맥락과 연계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군 76주년 표현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박 전 원장과 한 전 관장의 주장이다.

조승옥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기조발제문에서 "(극우 세력이) 식민사관에 동조해 '(국군) 광복군 모체론'에 도전하고 있다"며 "식민사관은 일제강점기 역사 주체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이고, 8·15해방은 우리 민족이 전개한 항일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연합군이 안겨준 선물이라고 본다. 이런 논리라면 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지는 항일무장투쟁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전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지사 흉상 철거를 시도한 일도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며 "이들은 항일투쟁을 폄하하고 왜곡하며, 친일이 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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