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쉼터 '막달레나의 집' 설립…문 요안나 수녀 선종
기사 작성일 : 2024-12-01 17:00:31

문 요안나 수녀(왼쪽)와 이옥정 막달레나 공동체 대표


[자료사진]

이충원 기자 = 성매매 여성들의 쉼터 '막달레나의 집'(현 막달레나 공동체)을 설립한 문 요안나(본명 진 멀로니·한국명 문애현) 수녀가 지난달 28일 오후 9시께(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메리놀수녀회 본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이옥정 막달레나 공동체 대표가 1일 전했다. 향년 94세.

1930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태어난 문 수녀는 고교 졸업 후 간호학교에 들어갔다가 메리놀수녀회에 입회했다. 요안나는 세례명이다. 1953년 10월1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 도착했다. 고인이 처음 한 일은 하루 13시간 이상 부산 메리놀병원 '문'(門) 앞에 서서 물밀듯이 밀려드는 환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이었다. 환자들이 '문 수녀'라고 부른 것이 고인의 성(姓)이 됐다.

문 수녀는 이후 충북 증평 메리놀병원과 인천 강화도, 서울 가리봉동 등지에서 환자들을 위해 봉사했다.

1984년 서울 용산역 앞에 살면서 성매매 여성들을 상담하던 이옥정(78)씨와 만난 걸 계기로 성매매 여성 지원에 나섰다. 당시 문 수녀가 '아시아 오세아니아 수녀협의회' 현장 교육차 용산을 찾았다가 며칠 후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살아도 되나요?"라고 물었고, 이 대표가 "그럽시다"라고 대답하며 두 여성의 파트너십이 시작됐다. 이듬해(1985년) 7월22일 용산역 앞 허름한 건물 2층 골방에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으로 '막달레나의 집'을 열었다. 전국 최초 성매매 여성 쉼터였다. 화장실이 없어서 매일 아침이면 용산역에 있는 공동 화장실까지 휴지를 들고 달려가야 했다. 나이로는 문 수녀가 이 대표보다 16살 위지만 문 수녀가 이 대표를 '언니'라고 불렀고, 이 대표는 그런 문 수녀를 '미스 문', '문양'이라고 부르며 허물없이 지냈다. 문 수녀는 1999년 '막달레나의 집' 활동에서 은퇴한 뒤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막달레나의 집은 2005년 '막달레나 공동체'로 거듭났고, 2018년부터는 성매매 위기에 노출된 가출청소녀들을 위한 무료진료소 운영과 성매매 예방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8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 인터뷰에서 70년간 한국에서 겪은 선교가 어떤 것이었느냐는 물음에 "사랑"이라고 답했다. "서로서로 믿고 사랑하는 거 참 중요하죠. 아주 중요해. 좀 여러 군데 다니며 일했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잊어버려요. 그러나 나의 태도,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서로 존경하고, 믿고 사랑했다는 것만 남아요. 예수님이 그걸 가르치고 싶은 거 같아요. 물론 싸움도 많이 하고 어려운 일도 있지만. 결국엔 용서할 거니까요."라고 했다.

영결식은 미국에서 열리고, 한국에서는 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전진상센터에서 추모 미사가 진행된다.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유족 연락처 필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