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와 트럼프
(AFP= 2024년 1월 31일 촬영된 마크 저커버그(왼쪽) 메타 플랫폼스 CEO와 2024년 9월 17일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사진. 2024.12.12.
임화섭 기자 =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플랫폼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준비 펀드에 100만 달러(14억 원)를 기부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회사 측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메타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며,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이던 테크 대기업 CEO들이 태도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WSJ는 평가했다.
올해 11월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온 후 저커버그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로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면서 당선인과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이런 화해 제스처에 화답했다.
이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트럼프의 플로리다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클럽의 야외 정원에서 만찬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의 앙금을 털어내고자 했다.
메타 측은 취임준비 펀드 기부 계획을 당시 만찬을 앞두고 트럼프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저커버그는 만찬 전에는 트럼프에게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안경을 시연하고 이를 선물했다고 참석자들은 WSJ에 전했다.
메타 플랫폼스 간판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EPA= 2024년 12월 4일 촬영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메타 플랫폼스 간판. (EPA/JOHN G. MABANGLO) 2024.12.12.
메타(옛 사명 페이스북)나 저커버그는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 펀드나 2021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취임준비 펀드에는 기부금을 내지 않았으나 이번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저커버그와 트럼프 당선인 간 관계는 최근 수년간 부침을 거듭해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대선 당시 저커버그가 자신의 낙선을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생각하면서 '교도소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정도로 저커버그에 대한 적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워싱턴DC UPI= 메타 플랫폼스 CEO 마크 저커버그가 2024년 1월 31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Photo by Bonnie Cash/UPI) 2024.12.12.
아울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에 주정부들과 지방정부들이 선거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에 4억 달러(5천700억 원)를 기부한 것도 트럼프 측과의 관계 경색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측과 공화당은 당시 기부를 접전지 주들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쉽게 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면서 저커버그가 낸 돈을 '저커벅스'라고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첫 도전에서 실패한 후 퇴임을 2주 남겨둔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폭동 사건을 계기로 양측의 관계는 사실상 파국으로 치달았다.
페이스북이 다른 상당수 소셜 미디어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원자격을 박탈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AP= 메타 플랫폼스 CEO 마크 저커버그가 2024년 9월 25일 메타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오라이언 AR 안경을 착용하는 모습. (AP Photo/Godofredo A. Vásquez) 2024.12.12.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올해 가을에 낸 화보 책자에는 저커버그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났던 과거 사진을 넣고 만약 저커버그가 이번 대선을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하려고 시도한다면 "감옥에서 남은 인생 모두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편, 저커버그는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있은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린 채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라고 외친 데 대해 "내 평생 본 가장 늠름한 광경 중 하나"라고 칭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저커버그가 암살 시도 며칠 뒤 전화를 걸어와서 자신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말했다고 지난 9월 주장하기도 했다.
메타는 당시 전화 통화 사실은 인정했으나 저커버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기로 약속했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WSJ는 아울러 저커버그가 사석에서 다른 기업가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의 2기 대통령직 수행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