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하러 왔어요" 말에 공짜 커피…국회 앞 '선결제' 진풍경
기사 작성일 : 2024-12-14 12:00:29

14일 오전 국회의사당 인근 한 카페에서 선결제 음료를 받아 가는 시민들


[촬영 최윤선]

이영섭 한지은 홍준석 최윤선 기자 = "집회하러 왔습니다. 민주 승리!"

14일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대학생 오하윤(24)씨가 점원에게 이같이 말하고는 커피 한잔을 받아 갔다.

이 카페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는 이지애씨가 음료 100잔과 빵 100개를 '선결제'한 곳으로, "민주 승리"를 외치는 게 수령 조건이다.

이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주의가 침탈당한 조국의 위중한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멀리서 마음이라도 모았다"고 썼다.

선결제 커피를 마시게 된 오씨는 "이런 분들 덕분에 학생을 비롯한 많은 시민이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결제자의 마음을 잘 받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까지 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이뤄지는 이날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들은 이처럼 선결제 상품을 수령하는 시민들로 오전부터 분주했다.

전국에서 선결제가 이뤄진 카페 위치와 실시간 제품 재고를 알려주는 온라인 사이트('시위도 밥 먹고')도 생겼다.


'시위도 밥 먹고' 사이트에 표기된 선결제 카페와 식당


[시위도 밥 먹고 사이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사이트에 공지된 국회의사당역 근처 한 카페에는 "기부자의 요청으로 14일 하루에만 무료 커피·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선결제 이용자 진보라(29)씨는 "집회가 있으면 시끄럽다 보니 주변 상가가 피해를 볼 수 있겠지만, 선결제를 걸어놓으면 거부감을 덜게 되는 좋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카페에서 선결제 음료를 받아 간 김민지(29)씨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핫팩과 방석을 나눠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런 마음이 음료 선결제 움직임으로 발전한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카페 직원 A씨는 "계엄 사태 직후부터 선결제 주문이 들어왔는데, 어제오늘 주문이 다른 날의 5배 정도에 달한다"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근무 시간이 아닌데도 자원해 출근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선결제 카페뿐 아니라 집회 현장 인근 화장실, 주말 영업하는 식당,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 등을 표시해둔 지도 사이트도 속속 등장했다.

이를 두고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SNS 시대에 시민들의 연대 의식이 이런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몸은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기여하려는 시민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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