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가족 안고 떠나는 유족들…적막 휩싸인 무안공항
기사 작성일 : 2025-01-05 14:00:31

비워진 텐트 밖에 짐이 정리돼 있는 모습


[이성민 촬영]

(무안= 이성민 기자 = 수습 소식을 기다리는 유가족의 흐느낌과 한숨으로 가득했던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참사 일주일만인 5일 쓸쓸하고도 조용한 아침을 맞았다.

참사 희생자 179명의 유가족 대부분이 장례를 치르러 떠나면서 기다림의 공간이었던 공항 대합실은 낯선 적막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대합실 1층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빼곡히 들어선 텐트에서 나온 울음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공항 청사 1, 2층 대합실에 유가족의 임시 숙소로 쓰인 245개의 텐트도 대부분 비워진 채 차곡차곡 개어진 이불만 덩그러니 남았다.


텅 빈 공항 브리핑장


[이성민 촬영]

마음 졸이며 사고 현장에서의 수습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로 가득 찼던 2층 '브리핑장'도 하루아침에 텅 비었다.

참사 초기 가족의 신원이 확인됐는지 물으며 울부짖던 유족, 함께 슬퍼하며 유족들을 달래던 공무원들의 채웠던 국토교통부 지원 창구에는 빈 의자만 놓여 있었다.

공항은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1만8천여명의 시민과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자 수백명으로 그동안 북적였지만, 유족들이 떠나면서 적막함만 남았다.


이어지는 추모 발걸음


(무안= 이진욱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5.01.01 [공동취재]

떠나는 순번이 나뉘면서 오늘로 꼬박 8일째 기다림을 이어간 유족들은 이날 오전 대합실 2층 첫 번째 출구 근처에서 시신 인도를 위한 마지막 서류 작성 절차를 밟았다.

장례 절차를 위해 떠날 준비를 마치고는 수척한 얼굴로 짐이 가득 실린 공항 수레를 끌고 하나둘 밖으로 떠났다.

텐트 안에서 물품을 정리하던 한 유족은 "지난 일주일간 남은 가족들과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나마 이젠 장례라도 치를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장례는 며칠 뒤 끝나겠지만, 진상규명을 위해 또다시 오랫동안 기다림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항 빼곡히 차지한 유족 텐트


[이성민 촬영]

한 유족은 공항을 떠나기 전 분향소 옆에 마련된 '추모의 계단'에서 시민들이 적은 응원 메모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곳에서의 마지막 눈물을 삼켰다.

박한신 유족 대표는 이날 오전 공항에서 연 마지막 브리핑에서 텅 빈 공항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족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가서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시신이 최대한 수습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많이 지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수습 당국 관계자 약 20명을 앞으로 부른 뒤 "이분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 욕도 많이 먹고 고생을 많이 했다"며 "유족을 대표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11일 낮 12시 공항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습 당국에 감사의 인사말 하는 박한신 유가족대표


(무안= 조남수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박한신 유가족대표가 수습 당국에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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