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전후80년 담화 의견 수렴해 판단…전쟁 반성 변함없어"(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22 18:00:0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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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박성진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2일 태평양전쟁 패전 80주년인 올해 총리 담화 발표와 관련해 "지금까지 경위도 고려해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전후 80주년 총리 담화를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담화를 낼지 아니면 말지, 낸다면 어떤 형태로 낼지, 언제가 적당할지도 고려해 잘 생각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80주년 담화 여부를 판단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 내느냐에도 달려 있지만, 너무 짧은 기간 내에 할 일은 아니다"라며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때로는 야당 의견을 들으면서 하겠다. 정부만의 판단으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기본적인 역사 인식과 관련해서는 "역대 내각의 방침을 기본적으로 계승해 가고 싶다"며 "지난 대전(大戰)의 깊은 반성 위에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인권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평화 국가를 만들었다. 그 행보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후 80주년 담화 발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시바 내각은 지금까지 총리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후 80년이자 피폭 80년이라는 전환점이 되는 해"라며 총리 담화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NHK가 전했다.

사이토 대표는 지난해 피폭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평화 국가로서 전환점이 되는 해에 확실하게 담화를 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명당은 평화를 중시하는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둔 정당이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8월 전후 70주년 담화를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전후 60주년 담화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전후 50주년 담화를 각각 냈다.

아베 전 총리는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후대에 사죄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 등에서 비판받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발표한 전후 50주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면서 "통절한 반성의 뜻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내달 전반 개최를 추진 중인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신뢰 구축 문제에 대해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이리저리 말해봐야 소용없다"며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일 동맹의 신뢰성을 더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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