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는...
한상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에 3일 코스피는 하락 출발했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미국 방송의 한국 경제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5.2.3
조성흠 기자 = 지난해 하반기 깊은 부진을 뚫고 1월 반등에 성공한 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의 유탄을 맞으면서 한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증시에서는 관세 전쟁의 현실화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같은 전면전으로 사태가 비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코스피는 오전 한때 전장 대비 3.08% 내린 2,439.89를 기록하는 등 2~3%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장 초반 3.19% 내린 705.06을 나타내는 등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의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달 24일 2,536.80로 마감한 이후 2거래일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끝에 한 달 전인 1월 3일 종가 2,441.92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닥 지수도 1월 3일 종가(705.76)에 근접하는 등 양대 시장이 한 달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4천억원 가까운 순매도세로 지수를 끌어내리는 중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도 6천억원 넘게 순매도도해 현·선물 순매도액이 오전에만 1조원을 넘어섰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종목 중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주로 꼽히는 카카오[035720]가 4% 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 전 종목이 일제히 내리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멕시코와 캐나다는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보복 조치를 시사하는 등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 보복의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치로 인해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은 1.7~2.8%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도 물가가 0.7%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트럼프의 도구이자 협상 전략일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이제 시장은 실물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 전 1,430~1,4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관세 전쟁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볼 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2018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한국은 대만, 베트남, 캐나다, 태국과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가 100% 이상 확대된 나라"라며 "보편관세 도입 시 관세 부담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사례와 같이 선별적 관세 부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으로 증시에서도 해당 수위의 관세 우려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고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무역분쟁 전면화라는 최악 시나리오보다는 일부 관세 부과 후 협상의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연구원은 최근 양호하게 나타난 1월 한국 수출과 조선 및 주주환원 테마주의 양호한 실적을 근거로 "금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겠으나 주가 복원력으로 인해 지수 하단이 제한된 채 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이번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의회에서 취소할 수 있다"며 "주초 의회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회사들이 전망하듯이 이번 조치가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