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의용대 지도자, 모스크바 아파트서 '암살' 추정 폭발 사망(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03 21:00:58

3일(현지시간) 폭발 사건이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파트 단지


[AP .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브뤼셀= 신창용 정빛나 특파원 = 우크라이나 당국이 추적하던 친러시아 무장조직 지도자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타스,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북서쪽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알르예 파루사' 내 건물 1층 로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 장치가 터져 무장조직 지도자 아르멘 사르키시안 등 최소 2명이 숨지고 아파트 경비원 등 3명이 다쳤다. 다른 사망자는 사르키시안의 경호원으로 알려졌다.

사르키시안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가 사망했다. 앞서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그가 중태에 빠졌으며 의료진이 다리 일부를 절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를 돕는 의용대 중 하나인 '아르바트'의 창설자로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한 인물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3일(현지시간) 폭탄 폭발로 파괴된 로비 모습


[AP . 재판매 및 DB 금지]

사르키시안이 경호원들과 함께 아파트 로비에 들어선 순간 폭탄이 터졌다. 러시아 텔레그램 매체 바자(BAZA)는 아파트 건물 로비가 파괴된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사르키시안이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모습도 담겨 있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 R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폭탄이 원격으로 조종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폭발이 사전에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 시도"로 규정하며 배후 세력을 조사 중이다.

폭발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크렘린궁에서 약 12㎞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주재원과 외교관 등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졌다.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공지를 통해 "현재까지 접수된 우리 국민 피해 소식은 없다"며 "폭발 사건 장소 및 인근 지역, 특히 테러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삼가는 등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안내했다.


3일(현지시간) 폭발 사건이 일어난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파트 단지에 헬기가 출동한 모습


[타스 .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해 12월 사르키시안을 돈바스 지역에서 불법 무장 단체를 조직하고 러시아를 지원한 혐의로 공식 수배했다. SBU에 따르면 그는 지역 내 범죄자들로 구성된 친러시아 군사 조직을 창설하고, 최전선 부대를 위한 물자 조달을 주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러시아 주요 인사가 각종 사고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군에서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무기를 총괄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과 그의 보조관 2명이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으나 AFP 통신은 SBU의 내부 소식통이 "키릴로프의 제거는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같은 달에는 러시아 점령지 포로수용소 소장인 세르게이 옙시우코프가 차량 폭발로 숨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포로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학대를 일삼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러시아 극우 사상가의 딸 다리야 두기나, 군사 블로거 브라들랜 타타르스키 등 친정부 인사들과 흑해함대 소속 잠수함 함장을 지낸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 등 군 인사들이 암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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