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AI 개발 카드'로 트럼프 관세 대비 모색…"中 견제"
기사 작성일 : 2025-02-04 12:01:04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AI) 공동 개발과 다자 협력 필요성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AI·반도체 협력 중요성을 언급하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와 '법의 지배' 방침 확인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법의 지배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은 일본과 미국이 공유한다"며 "반도체에 관한 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AI 분야 협력을 확인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는 AI가 일본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협력 분야라고 판단했다"며 공동성명을 낼 경우 관련 내용을 명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양국 민간 투자 촉진, 지식 공유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앞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반도체와 소규모 인프라로 AI 모델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교도통신은 "이시바 총리는 회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도 제안할 의향이 있다"며 "경제와 첨단기술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해 양국 관계를 심화하고자 하는 생각"이라고 짚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미일 동맹 강화 외에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한미일 등 다자 협력 지속을 호소할 예정이다.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관해 눈에 띄는 발언을 하지 않아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미일 정상회담을 기회로 양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협력하는 자세를 국제사회에 보일 수 있을 것인지가 초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양국 간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쿼드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인지에 따라 정상회담 성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이시바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추구할 방향은 중의원 발언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략 드러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측에 무엇을 요구할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리에게 최대 현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일 압력을 가해 올 것인가일 듯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인 캐나다에도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창끝'이 일본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는 안보, 경제 분야에서 일본이 미국에 공헌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시바) 정권 내에는 일본 측 제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이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이날 참의원(상원) 의원운영위원회 이사회에서 이시바 총리가 6∼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국 방문길에는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대신 이시바 총리의 단독 회견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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