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 접견
류영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 접견에 자리하고 있다. 2025.2.6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에 '52시간 근로 제한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불거진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도태론'을 의식해 반도체 산업 등에 예외를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자, 당내에서 이를 지나친 '우클릭'으로 규정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특별법의 경우 이 조항을 제외한 채 통과시키고, 대신 고시 개정 등 현행 제도를 활용해 기업들의 예외를 더 넓게 인정해주는 일종의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보완장치를 마련하더라도 반도체특별법 자체만 볼 경우 기존 민주당의 원안으로 회귀하는 셈이어서, 여권을 중심으로는 '이 대표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52시간 예외' 커지는 반대론…李 '절충안' 택할까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로제한 예외 조항'을 분리해 지원 방안 위주로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예외조항 특별법 명시 불가'가 지도부의 입장이라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애초 당내에서는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 대표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기업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반도체특별법에 예외조항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최종 결심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며 기류가 달라졌다.
특히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환노위원은 6일 와의 통화에서 "특별법에 굳이 명시하자는 주장의 근거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지금 있는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반대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 대표 역시 특별법을 통한 52시간제 예외를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에는 52시간 예외 문제를 담지 않되,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를 개정해 특별 연장근로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법은 손대지 않으면서 실제로 기업에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특별법은 '52시간제 예외'가 반영되지 않은 민주당 안을 그대로 추진하되, 고시 개정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특례를 마련해 보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비명 반발 속 '통합 메시지' 필요성…'오락가락' 비판 예상도
이 대표의 정책 노선이 '우향우'하는 모습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비명(비이재명계)계가 이 대표 견제를 본격화하는 상황 역시 이 대표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드는 요소다.
이 대표가 야권 내 반대론을 배제한 채 혼자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날도 야권 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통합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혼자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며 "이재명이 아니어도 정권교체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김종민 의원도 SBS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정치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이재명 정치가 통합할 수 있느냐를 국민들이 질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반도체 산업 52시간제 예외 결정을 밀어붙일 경우 이를 향한 비명계의 공격이 더 거세질 수 있다.
당내 통합이 과제로 떠오른 이 대표로서는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이 대표로선 특별법에 근로시간 예외를 반영하지 않는 것 역시 부담이 없지 않다.
당장 여권에서는 "52시간제 예외가 명시되지 않은 특별법은 의미가 없다"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가 '예외조항 명시 불가'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경우 "중도층 공략을 위해 우클릭을 하는 시늉만 했다"거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다 원점으로 회귀했다"는 여권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질 경우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계속해 온 외연확장 행보의 취지가 일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