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서 '청산염 투여량' 도마
기사 작성일 : 2025-02-11 19:00:33

광주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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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박철홍 기자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막걸리에 투입된 청산가리의 양에 대한 신빙성과 검찰 위법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3일 살인과 존속살인 혐의로 각각 기소된 A(75)씨와 딸 B(41)씨에 재심 첫 증인 신문절차를 진행했다.

첫 증인으로 소환된 중앙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 방송사의 의뢰를 받아 분석한 막걸리에 투여한 청산가리 투여량이 검찰의 기소 내용보다 많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정서상에는 청산가리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청산염으로 표현됐고, 추정량도 청산 음이온의 양 기준으로 분석된 것으로 보여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청산가리가 막걸리에 투여됐을 경우, 시간·온도 등 조건에 따라 고분자 중합 반응을 일으켜 검은색의 불용성 고체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토대로 사건 증거로 쓰인 정도의 검은 색을 나타내려면 더 많은 양의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야 했고, 커피색 정도의 농도를 나타내려면 사건 이틀 전이 아닌 사건 당일 새벽 시간에 청산가리가 투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증인은 지적했다.

피고인 측은 이날 법정에서 숟가락으로 실제 청산가리를 막걸릿병에 넣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시연해보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별도의 감정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잘못 추정된 청산가리 양을 토대로 사건 당시 딸 B씨가 숟가락 2개 분량의 청산가리를 투여했다고 공소사실을 기재했는데, 이는 임의로 꿰맞춘 진술이라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청산가리 막걸리 재심'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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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측 변호인은 또 검찰 측이 A씨가 글을 읽지 못하고, B씨가 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음을 알고 강압과 기만으로 신문을 진행하고, 신문 조서도 왜곡과 과장을 담아 피고인들을 범인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서울대 상담심리학 교수는 "검찰이 피고인에게 피자를 사준다고 말하거나 압박해 진술을 끌어내고, 자술서를 대필하는 과정에서 조서 열람권을 보장하지 않은 정황도 엿보인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검찰 조사에서 경계성 지능 장애인인 피고인들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됐고, 검찰의 의도대로 조서를 작성하는 등 위법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앞으로도 당시 수사 검사, 수사관 등도 증인 신문할 예정이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 6일 오전 전남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신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자 중 1명의 남편과 딸이 범인으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남편 A씨에게 무기징역, 딸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A씨 부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년 만인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해 피고인들은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 재심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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