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지갑'에 기댄 나라곳간…반도체 불황에 세수기반 '흔들'
기사 작성일 : 2025-02-17 07:00:18

세수 펑크


[TV 제공]

(세종= 송정은 민경락 기자 = 대규모 세수 펑크가 최근 2년째 계속되면서 안정적인 세수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세수 비중이 큰 법인세는 경기 상황에 따라 진폭이 커 세수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법인세는 반도체 산업 불황, 대규모 비과세·감면 등 영향으로 급감하면서 근로소득세 규모와 차이가 좁혀졌다. 기업들이 낸 세금과 직장인들이 월급을 받아서 낸 세금 규모가 거의 같아진 셈이다.

안정성뿐만 아니라 세수 규모 측면에서도 직장인들의 '유리 지갑'에 재정 의존도가 매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 국세수입 현황


김민지 기자 = 13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재정동향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5천억원 감소했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경기 따라 널 뛰는 법인세…초과세수 이듬해 세수펑크

17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록적인 초과세수에 이어 대규모 세수펑크가 나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재정 상황이 4년째 이어졌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세입예산보다 각각 61조4천억원, 57조3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 2년간 120조원에 이르는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56조4천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30조8천억원이 예산보다 덜 걷혔다.

세수 오차의 주된 요인은 경기 상황에 따라 진폭이 큰 법인세다.

2021년 법인세 초과 세수는 당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12조원으로 추산됐지만 결산 결과 5조원 더 늘어난 약 17조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도 기업 실적 개선 영향으로 법인세가 전년보다 33조2천억원 더 걷히면서 세수 오차를 키웠다.

반면 2023과 2024년에는 반도체 불황으로 법인세가 전년보다 각각 23조2천억원, 17조9천억원 줄면서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최근 대기업 중심의 비과세·감면 확대로 법인세수가 더 줄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전체 정부지출(재정 조세지출) 예산 중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최근 10년간 가장 크다.

법인세수는 기업 실적 악화, 감세 등 영향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103조6천억원에서 2년간 80조4천억원, 62조5천억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2%에서 18.6%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늘면서 작년 61조원을 기록, 세수 비중(18.1%)이 법인세와 같은 18%대가 됐다. 근로소득세 세수 비중은 매년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조세소위에서 발언하는 여야 위원들


김주형 기자 = 11일 국회에서 열린 조세특례제한법·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수민(왼쪽) 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태호 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2025.2.11

◇ "경기 덜 민감한 세목 개편 필요…무분별한 감면 지양"

저출생·고령화, 연구개발(R&D) 투자 등 재정이 중장기 과제에 적시 대응하려면 경기 상황에 좌우되는 세목의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된 세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기업과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특히 법인세수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세수 안정을 위한 세제 개편, 증세 등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점도 법인세수 외 세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세수 기반 확보 대안으로 소비세인 부가가치세 개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 부자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득 역진성 등 우려로 논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럽은 부가가치세가 세수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며 "소비 기반이기 때문에 경기에 그렇게 민감하지는 않지만 역진성 등 단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추진하는 '감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몰' 세제임에도 연장을 거듭하는 비과세·감면을 효율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국세 수입 총액에 국세 감면액을 합한 금액 대비 국세 감면액의 비율은 역대 최고인 15.9%에 이를 전망이다. 직전 3개년 국세 감면율 평균에 0.5%p(포인트)를 더해 산출하는 법정한도(15.2%)도 3년 연속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특례제한법 상 비과세·감면이 너무 많아졌지만 기업들이 실제 투자를 늘린 것은 없고 정부가 마중물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말한 감세의 투자 활성화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