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2배 급증한 악성 미분양…건설경기 짓누르자 '매입 카드'
기사 작성일 : 2025-02-19 15:00:20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최상목 권한대행


홍해인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세종= 박초롱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5년 만에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건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이 1년 새 2배나 훌쩍 늘어나며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쌓여만 가는 악성 미분양이 지방 건설경기를 짓누르고 있는 데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방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정부는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경제 성장률을 깎아 먹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전년 대비로 2.7% 감소한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건설투자가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장에서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마다 공사 진행률에 맞춰 공사비를 받는다.

작년에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높은 시장금리로 공사 원가가 높아져 투입해야 하는 공사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분양까지 적체됐고,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속출했다.

특히 지방에서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이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천229가구인데, 이는 1년 전(8천690가구)에 비해 2배 많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수주까지 줄자 건설사들은 이미 착공한 사업장의 공사비 마련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악순환을 맞게 됐다.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신태양건설(부산 시공능력평가 7위)·대저건설(경남 2위) 등 지방 주요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제일건설은 부도를 맞았다.


정부·LH 미분양 매입 확대


[TV 제공]

정부는 올해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5천가구가량을 매입하고, LH가 3천가구를 사들여 지방 미분양 8천가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조기 집행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연간 예산의 70%인 12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환경 SOC 예산도 상반기 중 72%인 3조6천억원을 집행한다.

이를 통해 대도시 침수 방지 시설,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용수 기반을 조성한다.

신축매입임대 주택 착공 때는 정부가 매입 금액의 최대 10%를 지급해 빠른 착공을 유도한다.

총 1조2천억원(국비 4천132억원)을 투입하는 뉴빌리지 선도사업 32곳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보조금 80%를 교부한다. 뉴빌리지는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를 새 빌라, 타운하우스 등으로 다시 지을 때 정부가 주차장, 운동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활력타운(10곳), 민관 상생투자협약(5곳) 등 지역 공모사업은 다음 달 중 접수해 5월까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가 상반기 SOC 예산 집중 투입을 강조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위축에 대응하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공공 SOC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커지고 있다. SOC 투자 위축이 경기 위축과 맞물려 건설산업의 위기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SOC 예산은 25조4천억원으로 전년(26조4천억원)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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