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를…" 5·18 묘지에 참담한 참배객들
기사 작성일 : 2024-12-08 16:01:10

참배객 발걸음 이어지는 5·18 민주묘지


(광주= 정다움 기자 = 8일 낮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이 오월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2024.12.8

(광주= 정다움 기자 =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를 어찌 한순간에…. 44년 전 민주화를 외친 오월 영령들도 이리 비통했을까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주말인 8일 낮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는 지난 비상계엄 사태로 들끓는 울분을 감추지 못한 시민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미리 준비한 국화꽃 한송이를 헌화하는 것으로 오월 영령을 기린 참배객들은 묘역 한편에 앉아 참담한 심경을 토해냈다.

생전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지만, 묘비에 적힌 영령들의 이름을 한자씩 읊었고, 묘역에 놓인 조화를 가지런히 정돈하며 착잡한 마음을 달랬다.

묘역 곳곳을 거닐며 44년 전 그날을 떠올린 한 참배객은 "2024년에 비상계엄 선포가 웬 말이냐.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고 외쳤고, 이 말을 들은 배우자도 눈시울을 붉혔다.

참배객들의 이런 심경은 "답답해서 마음이 가는 곳으로 왔다", "착잡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 속에 잠시 쉬었다 간다"는 방명록 속 문구로 고스란히 담겼다.


5·18 민주묘지 참배하는 시민들


(광주= 정다움 기자 = 8일 낮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이 오월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2024.12.8

오월 항쟁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지 않거나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어도 부모로부터 배운 오월 정신을 '대물림해' 자녀에게 다시 알려주려는 가족 단위 참배객들도 여럿 있었다.

대전에서 중학교 3학년생 자녀를 데리고 온 나현권(49) 씨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아들을 교육하기 위해 왔다"며 "힘들게 지켜낸 민주주의와 그 정신이 훼손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자녀로 둔 윤성준(42) 씨도 "100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열사들이 묻힌 민주 묘지를 한번 보는 것이 오월 정신을 교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에게 제가 배운 것처럼 아들도 손주들에게 오월 정신을 교육하고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2002년 광주 북구 운정동에 설치된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5·18 당시 사망자, 후유증으로 숨진 당사자, 이후 사망한 유공자 등 유해 986구가 안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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