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트럼프 '지옥' 경고…이란 인질석방 '레이건 모멘트' 데자뷔
기사 작성일 : 2025-01-17 19:01: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김연숙 기자 =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전격 성사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합의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함께 이뤄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인질 석방'의 기억을 소환했다.

오랫동안 미국 대통령을 흔들었던 외교 위기가 정권 교체기 협상을 거쳐 새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전격 합의가 이뤄진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1979년 민주당 지미 카터 정부 시절 발생한 인질 사태는 후임인 레이건 대통령 당선 후 합의가 이뤄졌고, 인질들은 1981년 1월 20일 취임일 풀려났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를 "레이건 모멘트"(a Reagan moment)라고 불렀다.

왈츠 지명자는 하마스는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따를지 알고 있었다며, "분명 전세계는 이것이 '트럼프 효과'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에 잡혀있는 인질들에 대해 "그들은 1979년 인질 사건 때보다 더 오랫동안 있었고, 훨씬 더 끔찍한 상황에 있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와서 '그들을 구출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도 레이건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16일 공개된 한 인터넷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휴전 합의 도출 상황이 "카터-레이건 상황과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휴전 합의의 공로를 주장하는 건 "불쾌한 일"이라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취임 선서를 하기 전 휴전 합의가 시행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1979년 11월 4일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당시 인질로 억류된 미국인들


[미 육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당시 상황을 보면,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과정에서 카터 대통령이 샤 왕조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자 이에 반발한 이란 무장세력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인 66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후 여성 등 14명은 풀려났지만 52명은 444일간 억류됐다.

이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카터 대통령은 이란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 내 모든 이란 자산을 동결했다. 1980년 4월 인질 구출 군사작전까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8명이 사망하면서 카터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했고, 결국 1980년 11월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는 임기 마지막까지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에 집중했다. 당시 협상팀은 카터 대통령 퇴임 직전까지 밤낮없이 일했다고 이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전하기도 했다.

결국 레이건 대통령 취임 당일 인질들이 풀려나면서, 이 사건은 '강한 지도자'로서의 레이건 대통령의 이미지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레이건 대통령이 인질 석방 해결을 위해 직접적으로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이 사건을 강한 힘의 외교를 부각하는 데 활용해왔다. 이란이 레이건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움츠러들어 미국인들을 즉시 석방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레이건 대통령 측이 대선 전 인질 석방을 고의로 지연시켜 카터 대통령의 외교 실패를 부각하려 했다는 음모론이 제기하기도 했지만, 입증된 바는 없다.


미국인 인질 석방 환영 인파


이란에서 인질로 잡혀있다 풀려나 1981년 1월 20일 서독 미 공군기지로 일시 귀국한 미국인들을 기다리는 환영 인파. [미국외교국립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이에 비해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가자전쟁에 분명하게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억류 중인 미국인 등 인질들을 자신이 취임할 때까지 풀어주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전면적인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건 하마스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최소 12명의 미국인도 인질로 잡혔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 최소 7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으며 이중 최소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일 트루스소셜에선 자신의 취임일 전까지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의 만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앤 노턴 정치학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인질 거래는 과거 레이건 대통령의 역할과 거의 닮지 않았다며 휴전·인질 거래는 근본적인 갈등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노턴 교수는 그러나 평화를 위한 트럼프 당선인의 역할이 미국을 전쟁과 무분별한 개입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미국인 대다수는 이를 반길 것이며 초당적 협력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맹폭하더니…이스라엘-하마스, 42일간 휴전 전격합의/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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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ttps://youtu.be/yByyOEo9R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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