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통제 강화에도…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늘린 중국
기사 작성일 : 2025-02-03 08:00:20

중국 반도체


[ 자료사진]

김동규 기자 = 중국이 가성비 높은 인공지능(AI) '딥시크'를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한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의 수출통제에도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수입을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반도체 굴기(屈起)를 이루고, 딥시크 등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안보관리원은 최근 발간한 '트레이드 앤 시큐리티'(Trade & Security)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반도체 수출통제 개편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에 미친 영향' 논문을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논문에는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주저자로, 김용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동저자로, 민보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이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2022년 10월 대대적인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 판매가 전격 금지됐고, 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도 제한됐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이듬해 10월 수출 금지 품목을 저사양 AI칩으로 확대하고 제재 우회 차단을 위해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내놨고, 이 같은 조치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부문 세계 1위 업체인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도 동참했다.

논문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현행 반도체 수출통제 체제에서는 중국으로 고수준 장비가 수출되는 것을 온전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수출통제에도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의 대중국 매출 비중이 늘고,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이 늘어난 것을 들었다.

반도체 건식 식각 분야 전문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0∼25%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3년 30∼40%로 상승한 뒤 2024년 45% 이상으로 급증했다.

ASML의 대중국 매출 비중 역시 2022년 1분기 35%에 육박하다가 4분기 10% 수준으로 떨어지며 수출통제 영향을 받는듯했으나 2023년 40% 중반으로 수직상승한 뒤 2024년에는 50%에 육박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의 수출통제 전후 중국 매출 비중 추이


[무역안보관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KLA의 경우 2022년 수출통제를 거치며 대중국 매출 비중이 20∼30% 초반에서 40%대로 올랐고, 식각 장비 전문기업 램리서치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30%대에서 수출통제 직후 20%대로 단기적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40%대로 급상승했다.

이와 함께 수출통제 전인 2022년 1∼9월 중국의 월평균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은 31억달러 수준이었는데, 2024년 1∼9월에는 39억6천만달러로 2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전체 전공정 장비 수입액의 10% 수준을 오르내리던 노광장비 수입액이 2023년 25% 이상으로 급증하고, 중국의 패키징 장비 수입이 줄어든 점을 들어 "중국 반도체 산업 내 구조 변화가 단기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출통제에 동참한 네덜란드의 경우 중국의 전체 전공정 장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1%에 불과했으나 2023년 23%로 급성장했다.

일본은 같은 기간, 이 비중이 27.6%에서 24.4%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중국에 있어서 가장 큰 반도체 전공정 장비 수입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논문은 중국의 지역별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 점유율을 분석하면서 기존 SK하이닉스와 TSMC로 대표되는 장쑤성의 점유율이 2024년 1∼9월 기준 12.4%, 삼성전자가 있는 산시성이 1.7%에 그쳤지만, 상하이(23.5%)와 광동성(17.4%)의 약진이 돋보인다며 중국이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선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수입시장 내 지역별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 점유율 변화


[무역안보관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수위를 꾸준히 높여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 역시 수출통제 동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혁중 부연구위원은 "큰 틀에서 미국의 수출통제 품목 범위를 존중하되 한국의 수출통제 심사에 있어서는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악용을 막는다는 일관된 기준을 갖되 수출통제가 한국의 기업이 네덜란드나 일본의 기업에 비해 불합리한 장벽으로 다가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이자 반도체 분야에서는 가파른 추격을 시도하는 경쟁자"라며 "중국이 초점을 맞추는 기술 분야에 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며, 한국 역시 상류 산업 주권을 지키기 위한 연구개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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