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서 자해한 살인 피의자…소지품만 대충 검사한 경찰
기사 작성일 : 2025-02-03 12:01:16

전북경찰청


[전북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읍= 나보배 기자 = 유치장에 입감돼있던 살인 피의자가 몰래 숨겨온 독극물을 마신 것과 관련, 경찰이 당시 신체검사를 소홀히 한 정황이 드러나 감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읍경찰서 경찰관들은 지난달 30일 살인 및 사체유기 용의자인 A씨(70대)를 경찰서로 임의동행한 뒤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긴급체포한 뒤 유치장에 입감했다.

체포 3일 전 정읍시 북면에 있는 한 움막에서 지인 B(70대)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에 몰래 파묻은 혐의를 받은 A씨는 유치장에 입감된 이후 속옷에 몰래 숨겨온 독극물을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독극물은 저독성 농약 성분이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유치관리를 맡은 경찰관이 A씨를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경찰청 훈령에 따라 꼼꼼하게 확인했더라면 자칫 생명과 직결되는 이런 음독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관은 A씨의 신체 외부만 간단히 검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이나 강도 등 죄질이 중한 유치인에 대해서는 속옷까지 벗은 뒤 위험물의 은닉 여부를 검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자해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을 맡아 보관해야 하고, 자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경찰서 유치장


[TV 제공]

검사 방법에는 신체 등의 외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 검사하는 외표검사와 속옷은 벗지 않고 별도의 복장(신체검사의)으로 갈아입은 뒤 검사하는 간이 검사, 그리고 속옷까지 벗은 뒤 검사하는 정밀검사 등 세 가지가 있다.

당시 A씨는 유치장 입감 시 속옷에 저독성 농약을 담은 음료수병을 숨겨왔다가 경찰관의 눈을 피해 마셨는데, 정밀검사만 했다면 충분히 음독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셈이다.

전북경찰청은 유치 과정에서 신체검사를 소홀히 한 경위에 대해 살펴본 뒤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다.

감찰 대상은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 설 연휴이었음을 고려, 경찰서장을 대리해 지휘를 맡은 상황관리관과 유치관리 업무를 맡은 경찰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A씨의 건강 상태가 호전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A씨에 대한 유치 관리 과정 등 기초적인 부분을 확인한 뒤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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