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헌법재판소의 시간
기사 작성일 : 2025-02-03 15:00:30

김종우 선임기자 = 법원과 함께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대 축인 헌법재판소는 헌법 재판을 전담하는 최고법원이다. 지금의 헌법재판소는 제9차 개정 헌법인 이른바 '1987년 헌법'에 의거해 출범했다. 당시 6월 민주항쟁에서 국민의 개헌 요구가 분출하자 신군부 정권은 '6·29선언'으로 화답했다.이후 개헌안이 성안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신설됐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위헌법률과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헌법소원 등의 심판이다. 법원과 달리 단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경

독립된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등이다. 이들 나라는 모두 대륙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법원에서 헌법 재판까지 아우르는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다. 이들 국가는 판례를 중시하는 영미법 체계를 받아들여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역할까지 수행한다. 예컨대 법원에서 민·형사 사건을 심리하다가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면 우리나라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사를 맡기지만, 미국을 비롯한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법원 스스로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있다. 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며,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이들 재판관은 임명되기 전에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판관은 장관급 예우를 받으며, 보통 '헌법재판관'으로 불린다.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가운데 1명이 겸직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헌법상 분리된 직위인 것과는 사뭇 다른 체계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정년은 만 70세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당장 4일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제5차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변론을 시작으로 매주 2회(화·목)씩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8차 변론(다음 달 13일)까지 지정해놓은 상태다. 이 추세대로라면 3월 중·하순에는 탄핵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탄핵 심판을 놓고 진영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이념적 편향성을 들면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 3명이 탄핵 심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3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가 위헌인지에 관한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하고, 권한쟁의 심판의 변론을 열기로 했다. 이는 일각의 '졸속 재판'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소는 '진보 4-중도 3-보수 2' 구도로 바뀌어 진영 간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살얼음판에서 탄핵 심판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왔다. 조직의 사활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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