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 출석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이보배 권희원 이민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언론사들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검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법무부가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에 제출한 101쪽 분량의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에는 이 같은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조치사항이 담긴 문건을 보여줬다.
문건에는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혔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소집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로 모이는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주려고 계엄 선포 시 각 부처 장관인 국무위원들이 취해야 하는 조치사항들을 미리 문서로 작성·출력해 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34분께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했다.
3분 뒤엔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고, 이는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됐다.
이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경찰청에 잘 협력해주라고 반복해 요청했고, 허 청장도 황 본부장에게 재차 전화해 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 전 장관, 허 청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이런 정황을 파악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증언 거부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동주 기자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2025.1.22
계엄 선포 이틀 전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할 병력 규모를 논의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3만명 정도 동원돼야 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천∼5천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경찰력을 우선 배치하고 군은 간부 위주로 투입하는 방법을 얘기하면서 다시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인원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방사 2개 대대 및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1천명 미만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 정도 병력이라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하면 되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250명가량의 소수 병력만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후 군과 경찰의 국회 봉쇄에도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으며 본회의장에 집결하자 윤 대통령이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고 지시 내린 정황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회 주변을 돌며 직접 현장을 지휘하던 이 전 사령관에게 현장 상황을 물었고, 이 전 사령관은 "다 막혀 있다. 그래서 제가 담 넘어 들어가라고 했다. 국회에 도착했는데,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많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재차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께 합동참모본부 지하의 전투통제실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주재하면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임무명령을 하달한다. 이 시간 이후의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공이 있다면 여러분의 몫이고, 책임진다면 장관의 몫이다. 오직 부여된 임무에만 전념하고, 혹여 명령에 불응하거나 태만한 자는 항명죄로 다스려서 군율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