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트럼프 '독재자' 공격받는 젤렌스키 "민주적 당선자" 엄호
기사 작성일 : 2025-02-20 09:00:56

"선거 안하는 독재자" 푸틴 주장 동조에 '틀렸다' 집단 저항英총리 "전쟁 중 선거 연기 합당"…獨총리 "정통성 부정하지 말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EPA= 자료사진]

고동욱 기자 =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젤렌스키 때리기'에 맞서 유럽 정상들이 일제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전쟁 발발 책임 등에 대한 서방의 기초적인 컨센서스마저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미·러 밀착에 따른 '유럽 패싱'에 우려에 대비해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팩트 체크'에 나섰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스타머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전쟁 중에 선거를 미루는 것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그랬듯이 지극히 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스타머 총리는 '모두의 협력'을 강조했으며, 향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억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미국 주도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반복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지 않고 독재자로 통치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가 2024년 3월 20일 끝나 정통성이 없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헌법에 계엄 기간에 선거를 연기하는 조항이 없다고 주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으며 전쟁 장기화에 따라 대선을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협상해야 했다"며 개전의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숄츠 독일 총리는 더 직접적으로 이런 발언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한 마디로 잘못되고 위험한 일"이라며 "정확한 것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국가원수로 선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전쟁 중에 적절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헌법과 선거법에 반영된 팩트"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 자료사진]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어처구니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ZDF방송과 인터뷰에서 "성급히 트윗이나 날리는 대신에 진짜 세상을 들여다본다면, 유럽에서 누가 독재정권 아래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건 러시아인들과 벨라루스인들"이라고 쏘아붙였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18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는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어떤 전쟁도 원하지 않았다"며 러시아를 지목해 "침략적인 당사국은 단 하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표명도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엘리제궁에서 유럽 각국과 캐나다 등 19개 나라 정상과 화상 회의를 연 뒤 "프랑스와 동맹국의 일치된 입장은 명확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 있으며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회의 참가국들은 종전 협상 테이블에 우크라이나를 참여토록 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항구적 평화 기여 방법과 우리가 어떻게 끝까지 우크라이나가 강력할 수 있도록 할지"에 관한 논의 결과를 설명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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